성명 · 논평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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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바텀알바’ 운운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에이즈 예방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를 바라보며 -

[논평]

 

바텀알바운운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에이즈 예방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를 바라보며 -

 

HIV감염인에게 세금도둑, 귀족환자라는 낙인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20181011일에 열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바텀알바’, ‘항문알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고 싶어 성인들에게 몸을 팔고 있다는 표현부터 군대에 가서 강압적으로 성기접촉을 하고 에이즈에 걸려서 나온다는 사실을 방기하겠냐.”(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등 이게 국감인지 혐오선동의 전쟁터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 시간동안 감염인을 진료해 온 연세대 김준명 감염내과 교수 역시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통해 용돈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성인과의 동성 성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나팔수가 되는 것을 자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전히 에이즈 발병 초기 80년대에 사고가 멈춰있는 듯하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되었지만 이들에게 이런 객관적 정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또한 HIV감염 역학이 나라마다 다름에도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질병이라는 말만 윽박지르며 되풀이할 뿐이다. 혐오의 근간이 되는 상식 밖의 논리로 질병의 공포감을 부추기고 거부감만 높이는 효과를 집요하게 노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이 매우 위험한 이유는 질병에 대해 단순히 낙인찍는 것을 넘어 에이즈 예방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이즈 예방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질병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혐오발언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단호히 이야기해야 한다. 침묵하고 뒷짐 지고 피해가려고만 하는 태도는 비겁한 책임회피일 뿐이다.

 

HIV는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다만 성인보다 아동 청소년이,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가, 돈이 많은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이, 성폭력과 성매매에 노출된 사람들 같이 상대적 사회적 약자일수록 HIV 감염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HIV 감염 취약그룹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비로소 에이즈 예방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질병감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감염인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낙인을 내재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은 콘돔을 잘 사용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질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수록, 혐오와 증오가 사회적 약자에게 향할수록, 불안은 커지고 안전은 위협받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변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건강이 거의 방치되고 있는 수준 아닌가. 이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에이즈 예방 운운하며 정부를 탓하고 바텀알바를 탓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0, 20대 신규 감염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가출한 청소년이 용돈 벌고 싶어 성인에게 몸을 팔다 에이즈에 걸리고 있다는 저열한 인식으로는 혐오만 확산시킬 뿐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다. 가정과 학교에서 존중받지 못한 경험은 탈가정의 이유가 되고,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변변한 비정규직 알바 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성매매는 탈가정 청소년에게 보다 쉽게 노출되고 있다. 콘돔사용이 아니라 순결을 강조하는 학교교육이 지속되는 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한 경험과 배제로 인해 위기가 더 쉽게 찾아온다. 마치 개인적 일탈이 문제인 것처럼 말하지 말라.

 

총체적인 위기를 만들어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에이즈 예방을 말한단 말인가. 성을 통제하고, 개개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회에서는 건강한 삶을 향유할 수 없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18. 10. 17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