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논평 ·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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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 명의 청소년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비보를 접하고

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비보를 접하고

 

510일 언론보도를 통해 대전의 모 여고에 다녔던 청소년 성소수자 A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습니다. 일기장에 남겨져 있던 너무 무섭고 힘들다는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마지막 순간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을 텐데 따뜻한 위로 한 마디를 건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유가족의 요청으로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대전교육청은 수사결과를 지켜본다고 합니다. 학교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명명백백 진실이 밝혀져야 하겠지요. 하지만 진실은 이미 그의 일기장에 있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죽음 목전까지 갔던 그 순간들이 진실입니다.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A 학생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견디지 못했다고 A 학생을 책망하지 마십시오. 두렵고, 힘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사람들, 살고 싶다고 했던 신호들에 침묵했던 사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야 합니다. 명백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학생과 같은 사례를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터부시하는 학교 문화 때문에 고통을 겪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모습 속에서 자살, 자해, 우울감이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을 늘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한 명 한 명 죽음의 숫자를 세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이제는 A 학생이 동성과의 사랑도 축복받을 수 있는 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져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평안한 쉼을 누릴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8511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