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10주년 모금캠페인 메시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띵동의 입장을 밝힙니다.
* 이 글은 처음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에게 전달한 입장글을 보완한 내용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이하 띵동)은 활동 10주년을 맞아, 10년 동안의 성과를 알리고 기부를 독려하는 모금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캠페인 일환 중 하나로 띵동을 후원하고 있는 24명의 지지자 분의 응원, 기부 독려 메시지를 모아 이미지로 만들어 SNS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퀴어예술가로 활동 중인 ‘이반지하’님은 그중 한 명이었으며, 이반지하님의 메시지 “십대 성소수자 애들, 사람 한번 만들어봅시다. 한 푼 두 푼 쥐어 줍시다.”는 4월 29일 10주년 웹페이지와 SNS로 홍보되었습니다.
이후, 몇몇 활동가가 띵동 대표에게 이반지하님의 메시지가 청소년을 시혜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고, 띵동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게 하고 있음(문자 내용 일부)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전달된 내용은 띵동 구성원들과 공유하였고, 5월 3일 사무국 활동가 전원이 모여 문제 제기된 내용을 살피고 의견을 나누었으며, 띵동 입장을 담은 내용을 정리해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 중 1인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하 지음)의 공식적인 입장이 띵동 메일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반지하님의 메시지가 퀴어 예술가로서의 맥락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메시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여, 이반지하님의 메시지를 띵동 10주년을 응원하는 공식 페이지에서 삭제해 줄 것과 문제 제기의 내용과 띵동의 의견을 함께 게시하는 것 또한 검토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지음’의 메시지 삭제 요청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나 SNS에 글을 게시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띵동이 임의로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게시된 글을 내려야 하는 만큼, 띵동이 처음 글을 게시했던 이유와 띵동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띵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작성했던 이반지하님과의 소통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띵동은 이반지하님이 꽤 오랫동안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표현해 왔던 퀴어 당사자이자 예술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10주년 캠페인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요청 한 것도 오랜시간 이반지하님과 팬들 모두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을 응원하는 기부자로서 띵동의 10년을 함께 격려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응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띵동 사무국은 이반지하님의 메시지를 처음 받고 나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사회가 외면한 역할을 띵동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유머러스하고 도발적일 수 있으나 사회를 향한 분노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도 해당 글이 퀴어 예술가가 가진 맥락으로 이해하고 읽힐 것이라고 기대하고 게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띵동은 ‘지음’의 지적처럼 이 맥락을 모르면, 청소년을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문장으로 해석될 수 있고, 활동의 경험과 감각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짧은 글 안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등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 메시지가 이반지하님의 의도된 말하기라는 사실 이외에도 청소년을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이 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또한, 띵동이 메신저로서 역할을 할 때 다중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해 보다 섬세한 설명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 제기 이후 이반지하님과 소통하며 확인한 것은 띵동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 의도된 말하기로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위기를 설명하고 싶었던 마음, 함께 힘을 모아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여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음’ 또한 띵동 활동을 응원하는 동료 단체로서 어렵지만 필요한 문제제기를 해주었습니다. 이 양측의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음’의 문제 제기는 ‘청소년’과 ‘성소수자’,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을 지원하는 띵동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하는 질문으로도 느껴졌습니다. 띵동은 청소년 지원단체로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최전선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큰 고통 앞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위기를 해소하기 어려운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권리’라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는 그 언어로는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시혜’라는 관점과 싸우고, ‘권리’를 세우기 위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띵동은 동시에 퀴어 커뮤니티 기반 위에 존재합니다. 비성소수자 청소년이 경험하는 것과 달리 익명이 전제된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드러날 수 있다는 위험을 느끼면서도, 또 그 안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생존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위로를 받고 공감을 얻고 싶어합니다. 또한, 퀴어문화를 향유하면서, 때로 본질적 의미를 전복하는 메시지에 희열을 느끼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지음’의 문제 제기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띵동이 ‘청소년’과 ‘퀴어’라는 복합적 정체성 속에서 균형을 맞추려 매번 노력하고 있지만, 그 균형이 흔들렸고, 우리의 부족함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띵동은 ‘지음’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게시글을 삭제하지는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띵동의 복합적인 정체성은 우리의 출발점이자 현재 진행형이라, 게시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대신, 문제 제기 과정에서 띵동이 무엇을 깨달았는지, 띵동을 응원하고자 했던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게 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성찰에 대한 책임, 앞으로의 약속을 더 무겁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이번 문제 제기를 통해 띵동 메시지가 외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을 숙고해야 함을 깊이 성찰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지 못한 책임은 띵동에게 있으며, 앞으로 띵동은 우리와 연결된 기부자, 지지자, 청소년 성소수자 사이에서 글의 맥락과 의미가 어떻게 다가갈지 더욱 신중을 기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이번 계기를 통해 띵동이 기획한 모금캠페인 메시지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겐 어떻게 다가갔는지 소통하며, 띵동의 관점을 보다 세심히 살펴보겠습니다.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날 때마다 저희가 가진 태도와 관점이 흔들리고 있지 않는지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드림
띵동 10주년 모금캠페인 메시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띵동의 입장을 밝힙니다.
* 이 글은 처음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에게 전달한 입장글을 보완한 내용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이하 띵동)은 활동 10주년을 맞아, 10년 동안의 성과를 알리고 기부를 독려하는 모금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캠페인 일환 중 하나로 띵동을 후원하고 있는 24명의 지지자 분의 응원, 기부 독려 메시지를 모아 이미지로 만들어 SNS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퀴어예술가로 활동 중인 ‘이반지하’님은 그중 한 명이었으며, 이반지하님의 메시지 “십대 성소수자 애들, 사람 한번 만들어봅시다. 한 푼 두 푼 쥐어 줍시다.”는 4월 29일 10주년 웹페이지와 SNS로 홍보되었습니다.
이후, 몇몇 활동가가 띵동 대표에게 이반지하님의 메시지가 청소년을 시혜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고, 띵동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게 하고 있음(문자 내용 일부)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전달된 내용은 띵동 구성원들과 공유하였고, 5월 3일 사무국 활동가 전원이 모여 문제 제기된 내용을 살피고 의견을 나누었으며, 띵동 입장을 담은 내용을 정리해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 중 1인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하 지음)의 공식적인 입장이 띵동 메일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반지하님의 메시지가 퀴어 예술가로서의 맥락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메시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여, 이반지하님의 메시지를 띵동 10주년을 응원하는 공식 페이지에서 삭제해 줄 것과 문제 제기의 내용과 띵동의 의견을 함께 게시하는 것 또한 검토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지음’의 메시지 삭제 요청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나 SNS에 글을 게시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띵동이 임의로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게시된 글을 내려야 하는 만큼, 띵동이 처음 글을 게시했던 이유와 띵동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띵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작성했던 이반지하님과의 소통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띵동은 이반지하님이 꽤 오랫동안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표현해 왔던 퀴어 당사자이자 예술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10주년 캠페인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요청 한 것도 오랜시간 이반지하님과 팬들 모두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을 응원하는 기부자로서 띵동의 10년을 함께 격려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응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띵동 사무국은 이반지하님의 메시지를 처음 받고 나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사회가 외면한 역할을 띵동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유머러스하고 도발적일 수 있으나 사회를 향한 분노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도 해당 글이 퀴어 예술가가 가진 맥락으로 이해하고 읽힐 것이라고 기대하고 게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띵동은 ‘지음’의 지적처럼 이 맥락을 모르면, 청소년을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문장으로 해석될 수 있고, 활동의 경험과 감각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짧은 글 안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등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 메시지가 이반지하님의 의도된 말하기라는 사실 이외에도 청소년을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이 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또한, 띵동이 메신저로서 역할을 할 때 다중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해 보다 섬세한 설명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 제기 이후 이반지하님과 소통하며 확인한 것은 띵동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 의도된 말하기로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위기를 설명하고 싶었던 마음, 함께 힘을 모아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여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음’ 또한 띵동 활동을 응원하는 동료 단체로서 어렵지만 필요한 문제제기를 해주었습니다. 이 양측의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음’의 문제 제기는 ‘청소년’과 ‘성소수자’,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을 지원하는 띵동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하는 질문으로도 느껴졌습니다. 띵동은 청소년 지원단체로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최전선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큰 고통 앞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위기를 해소하기 어려운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권리’라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는 그 언어로는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시혜’라는 관점과 싸우고, ‘권리’를 세우기 위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띵동은 동시에 퀴어 커뮤니티 기반 위에 존재합니다. 비성소수자 청소년이 경험하는 것과 달리 익명이 전제된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드러날 수 있다는 위험을 느끼면서도, 또 그 안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생존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위로를 받고 공감을 얻고 싶어합니다. 또한, 퀴어문화를 향유하면서, 때로 본질적 의미를 전복하는 메시지에 희열을 느끼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지음’의 문제 제기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띵동이 ‘청소년’과 ‘퀴어’라는 복합적 정체성 속에서 균형을 맞추려 매번 노력하고 있지만, 그 균형이 흔들렸고, 우리의 부족함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띵동은 ‘지음’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게시글을 삭제하지는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띵동의 복합적인 정체성은 우리의 출발점이자 현재 진행형이라, 게시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대신, 문제 제기 과정에서 띵동이 무엇을 깨달았는지, 띵동을 응원하고자 했던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게 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성찰에 대한 책임, 앞으로의 약속을 더 무겁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이번 문제 제기를 통해 띵동 메시지가 외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을 숙고해야 함을 깊이 성찰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지 못한 책임은 띵동에게 있으며, 앞으로 띵동은 우리와 연결된 기부자, 지지자, 청소년 성소수자 사이에서 글의 맥락과 의미가 어떻게 다가갈지 더욱 신중을 기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이번 계기를 통해 띵동이 기획한 모금캠페인 메시지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겐 어떻게 다가갔는지 소통하며, 띵동의 관점을 보다 세심히 살펴보겠습니다. 위기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날 때마다 저희가 가진 태도와 관점이 흔들리고 있지 않는지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