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무지개백일장 수상작

학교와 나 그리고 ? / 김해담, 2009년생, 나다움상

  학교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추억을 주는 공간은 아니었다. 네모난 건물에 넣어진 육백 명의 학생들은 제각기 달랐고, 나 역시도 그저 다름의 형태 중 하나였을 뿐이었으니까.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내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은 농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고, 컨버스 신발과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 정도다. 열다섯 살을 넘기고서, ‘나’에 대해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로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는 건 평생 농구 경기와 컨버스 신발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달랐다. 열다섯 소녀들의 연애 이야기에 나는 제대로 끼지 못했다. 그 아이들은 늘 나에게 좋아하는 반 아이에 대해, 사사로운 연애에 관해 물었고, 나는 늘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응, 나는 걔가 좋고, 누구는 싫고, 누가 질투 나고... 등의 말을 지껄인 적은 있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한 적이 없었고, 작은 관심도 없이 그냥 학급 제일의 인기인 이름을 말해 공감을 얻곤 했다. 이게 진짜 ‘나’ 일까?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내가 미워졌다. 내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안 것은 그즈음부터였다. 왜 모든 이성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 돌아오는 이성 친구들에 관한 질문은 괴로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했으니, 열다섯을 갓 넘긴 나의 입장에선 내가 당연히 이상하고, 그 아이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결국 평범하게 또래 아이들 사이에 섞이려면, ‘나’로서의 일부분을 없애버려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후 영상매체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접했다. 그들은 그들로서 당당히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한 개념에 대해 알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서야 비로소 나를 향한 수많은 질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나는 퀴어 속에서 나를 찾았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나를 향한 나의 질문들은 계속 된다. 내가 누구를 어떻게 좋아하는지 등의 질문은 내 삶이 끝날 때까지도 끊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나는,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다. 책 읽기와 농구 경기 관람 그리고 컨버스 신발을 좋아하는 열여섯 살 ‘나’ 그대로, 이것은 누군가는 경험해 보지 못할 엄청난 기쁨과 안정, 소속감으로 다가왔다. 세상엔 이러한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했다. 누군가가 존재를 부정한다 해서 이러한 사람들이, 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내가 친구들이라 부르는 몇몇은 나를 부정했고, 또 다른 몇몇은 내 존재를 받아들여주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지, 어떤 성별에 끌리거나 끌리지 않는지로 캐물어 존재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 삶의 해방이었다. 나는 나로서 존재할 것이며, 나로서 살아갈 것이다!

  네모난 공간에 넣어진 육백 명의 학생들은 모두 제각기 다르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머리를 한 육백 명은 정말 제각기 다르다. 아무리 겉모양새를 똑같이 한다 해도 그 안의 나로서의 정체성, 의식, ‘나’는 모두 다르다. 나 역시 그 제각기 다른 육백 명 중 한 명일 뿐이고 조금 더 다른 형태였을 뿐이며, 그것은 내 잘못이 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른다. 내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요즘은 사진찍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것 정도다. 많은 퀴어 청소년에게 그러하듯, 나에게도 여전히 내 존재에 대한 수많은 물음표가 따라온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 대한 질문에, 나로서 대답할 수 있다. 모두가 다른 세상에서 다른 것이 무엇이 나쁠까! 그저 다른 것뿐이고, 다른 것뿐이다.


[심사위원 작품평] 

심사위원들은 김해담님이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훗날 분명 멋진 어른으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컨버스'와 '농구 경기' 등 소재와 내용이 매우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심사위원 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