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시작되면서 띵동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활동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 전부였는데, 설렘과 기대를 안고 활동을 시작한 지난 1년을 돌아보게 됩니다.
띵동을 방문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성정체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이 남긴 상처가 띵동에 스며들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그들의 곁에서 지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활동가들을 보며 다행스러움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상담 기록에는 분투하며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이 담겨 있었고,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뿌듯해지기도 했습니다.
카카오톡 문의 및 응대 4,733건, 상담 537건, 위기지원 552건, 레인보우키트 지원 305건, 센터방문 411명 등 띵동 설립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지원과 방문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에게는 띵동 공간이 의료와 법률지원 정보를 얻고, 자유롭게 젠더표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진 2024년이었습니다.
한편,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고, 자긍심을 찾아가는 여정은 힘겹기만 합니다. 혐오 표현에 쉽게 노출되고, 성별 이분법이 견고한 사회 속에서 늘 소외와 차별을 겪으며 살아가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나답게 사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상담과 지원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마냥 반갑게 여길 수만은 없습니다.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띵동이 더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2024년에는 학생인권법 발의 과정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라는 표현을 드러내지 못한 국회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활동도 있었고, 성소수자 자살 예방을 위해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정부를 향해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성소수자 포용적 학교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비수술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을 지원하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가끔은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힘이 빠질 때도 있었지만, 띵동에 찾아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띵동이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상담을 시작한 띵동의 지난 활동을 보면, 상처투성이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성장하였고, 때론 이들의 곁에서 희망을 일구기도 했습니다. 6천 건이 넘는 상담과 지원 기록들이 띵동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청소년 기관과 달리 100% 기부금으로 위기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잘 버텼다고 다독이고 싶습니다. 띵동 10년은 기부자와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다시 출발선에 서서, 10년 후 띵동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띵동을 응원하는 기부자님들 덕분에 10년을 활동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띵동과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2025년, 희망의 빛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